한라산 사라오름에서...
가족여행을 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이제 어느덧 다 커버린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번 여행이 그래서 더 소중한 시간이다.
여행 첫째날 (12.21 / 토요일)
25사단에서 소대장으로 복무중인 딸아이의 휴가 일정에 맞추느라
가족들 모두가 당초 계획했던 일정을 변경하며 어렵사리 맞춰 진행되는 여행이다.
점심 식사를 하고 청주비행장에서 제주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전북 부안상공을 지날때쯤 왼쪽의 창문밖으로 멀리 보이는 산이 지리산인듯 하다.
너무 멀어 당겨봐도 흐릿하지만 천왕봉과 중봉이 아닐까...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야자수 사이로 한라산이 모습을 보이는데 눈내린 흔적은 찾을수 없다.
셔틀버스로 예약해둔 렌터카사로 이동 카니발을 빌려 여행을 시작한다.
오후 3시반 비행기라 어둠이 빨리 찾아온다.
첫날 저녁식사는 전복을 먹고싶어해서 전에 가본적이 있는 명진전복으로 가며 월정리해수욕장에 잠시 들린다.
이번 여행에는 내년봄에 결혼일정이 잡힌 아들녀석의 예비신부가 함께한다.
둘은 연신 애정행각에 정신이 없고..딸아이는 추울텐데 바다를 보니 너무나 좋은가 보다.ㅎㅎ
18:20분쯤 명진전복에 도착한다.
몇해전에 왔을때는 바닷가 조그만 식당이었는데 이제는 대기실까지 갖춘 커다란 식당으로 탈바꿈했다.
그런데도 식당은 만석이라 잠시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입장한다.
전복구이 2개와 개인식사로 전복돌솥밥을 주문하니 충분하다.
전복회무침은 패쑤~
후식으로 식당에서 파는 귤 한박스를 5천원에 사서 먹으며 가는데 달콤하다.
오후9시경...숙소인 서귀포의 담앤루리조트에 도착한다.
도로에서 꾸불꾸불 소로길이라 이런곳에 무슨리조트야 했는데 도착하니 수영장 딸린 리조트.
내일 대망의 한라산 등반이 예정되어 있어 마트에서 주류를 간단히 준비하여 출정 단합행사를 한다.
한라산 등반은 나를 제외한 4명이 모두 처음이라 긴장이 역력하다.
여행 둘쨋날 (12.22 / 일요일)
07시40분쯤에 성판악에 도착하니 겨울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주차장은 만차다.
항상 그렇듯이 도로변 멀리까지 가서야 차를 세울수가 있다.
운전면허증을 깜박하고 온 아들녀석 덕분에 어제부터 전용기사 신세다.
그래 이럴때 한번 제대로 봉사하는것도 나쁘지 않지...
아침요기를 하고 가자고 권해보지만 긴장들이 되는지 식욕이 없나보다.
하기야 가본적 없는 왕복 20km의 한라산이 그리 만만하게 생각되진 없겠지..
암튼 질서정연한 자세로 출발인증샷을 하고...
셀카인증샷도 한컷.
헉~!!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대설주의보 발동으로 정상을 갈수가 없단다.
비가 약간 내리는 정도라 정상부근에서는 설경이 좋겠다고 기대를 하고 있는데 날벼락이다.
이번 여행의 제일 목표는 가족 전원의 백록담 탐방인데 ㅠㅠ
잠시 산행날짜를 내일로 바꿀까 얘기를 나눠보지만 그냥 진행하기로 결론...
혹시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하면 기상이 좋아져 통과가 되지 않을까...기대도 해보고...
약 2km 정도는 이렇게 등로를 정비해서 돌길을 걷는게 한층 편해졌다.
해발 1000미터 통과
아내와의 산행은 북한산,명성산등 몇번의 기억이 있지만 정말 오랜만이다.
이번 산행을 위해 연습을 좀 했다지만 평지 걷기연습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조금은 걱정이다.
결국은 산행한지 1시간반도 안되 문제가 발생한다. 발뒤꿈치 물집이 잡힌것...
바이오 힐링패치를 준비하길 잘했다. 일회용 밴드와는 다르게 깔끔하게 문제가 해결된다.
고도 1200m 지점을 지나니 비는 진눈깨비로 바뀐다.
고도를 높이면 하얀 눈을 만나지 않을까 기대.
어쩌다보니 아이들 셋이 모두 현역신분이다.
공군에서 부사관으로 복무중인 아들내외는 배낭에 태극기가 선명하다.
쉬엄쉬엄 휴식을 하며 사라오름 갈림길에 도착하니 10시35분.
하산중인 산객들에게 물으니 진달래밭에서 정상방향은 통제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시간적인 여유도 있으니 정상을 못가는 대신 사라오름을 올라보기로 한다.
한라산은 몇번을 왔지만 사라오름은 나도 초행이다.
ROTC 57기 정유빈소위는 일행중 제일 젊고 체력도 제일 좋은듯..
계단을 오르면 전망대가 나오고 등로는 계속 이어진다.
눈이 없으면 호수인가..?
나무 데크길를 따라 사라오름 정상으로 진행한다.
사라오름 정상에 도착.
사라오름통제소
바람이 찬데 아이들은 사진찍기 놀이에 팔려 한참을 기다려야 도착한다.
엄마랑 함께 눈사람을~
손도 시렵고 추운데 참 대단들 하시네...ㅎㅎ
드디어 못생긴 눈사람이 하나 만들어졌다.
다시 주능선으로 돌아와 진달래밭대피소로 향한다.
눈장난을 하며 가느라 진도가 느리다.
셋이 사이가 좋아 흐믓하다.. 항상 잘 지내길~~
딸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이제는 믿음직 스럽다.
남자들도 가기 싫어하는 군에 보내고 한동안 스트레스를 받는듯해 안스럽기도 했는데...
엄마와 한라산 산행의 추억을 오래 간직하길....
눈이 점점 많아지고 푹신하다.
나뭇가지 사이로 진달래밭대피소가 보인다.
예상대로 정상방향은 통제다.
눈이 많이 내리는것도 아니고 바람도 전혀없어 산행에는 더없이 좋은날씨라
정상으로 가면 환상적인 풍경일텐데 꼭 통제를 해야하나 좀 불만스럽지만 어쩔수 없다.
사라오름에 다녀오다보니 좀 지체되어 12:30분에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한다.
정상방향은 시계제로~ 대피소로 들어가서 식사를 한다.
정상통제라 산객들이 줄고 하산한 분들도 많아 내부도 한산해졌다.
컵라면과 과일, 빵,커피등으로 식사를 하는데 채점석베이커리에서 준비한 마늘빵 인기짱~
13:27분.
이제 하산길에 나선다.
이번산행을 위해 여성용 아이젠을 3개 주문했고,
복장도 단단히 준비를 시켰는데도 눈에 젖어 내 쟈켓과 패딩은 아들과 딸이 입고있다 ㅋ
하산은 수월하려나 했는데
체력이 떨어진 아내가 힘들어해 아이젠을 착용하고 천천히 앞세우고 진행한다.
산행후 기록을 확인하니 16km 정도를 걸었는데 산행을 하지 않았던 터라 눈길에 힘들었을듯...
속밭대피소는 공사중이라 이용할수 없다.
체력이 남아도는 딸아이는 중간중간 카톡에 여념이 없다.
16:48분 하산을 완료한다. (진달래밭에서 3시간20분이 소요 ㅠㅠ)
나는 운짱이라 차를 가지러 서둘러 하산했다.
만차였던 주차장엔 택시만 보이고
도로변에 주차한 차량도 다 사라지고 내 차만 덩그러니~ㅎㅎ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맛난 식사를 하러 이동한다.
저녁식사는 제주에서 태어나 60년가까이 살아온 23기 동기생이 소개한 숨은 맛집.
관광객들 보다는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곳이라는데...
전화를 하니 자리가 없단다.
무조건 갈테니 한 테이블만 준비해달라고 해둔다.
서귀포시 동홍동에 있는 "혁이네수산"
대방어회 2kg를 주문해 한라산을 곁들여 맛나게 먹는다.
17도도 마셔보고...21도도 마셔보고 ㅎㅎ
특수부위를 기름장에 찍어 먹는것도 맛나고 부위별로 다 맛있네...
상추에 방어를 밥과 함께 싸먹는것도 강추.
금방 구워낸 해물 부침개도 일미고 생굴도 싱싱하다.. 매운탕은 지리탕으로 제공된다.
여행 세쨋날 (12.23 / 월요일)
항상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라 눈을 뜨니 날씨가 쾌청하다.
어제 산행에서 무리(?)한 가족이 있어 서두르지 않고 늦잠을 재우고 10시반쯤 호텔을 나선다.
오전에는 귤농장에 체험을 해보기로 하고 예약을 해두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한라산의 설경이 멋스럽게 다가온다.
귤농장 체험은 농장안에서 따먹는건 무제한...(몇개나 먹을수 있을까...10개?)
그리고 인당 1kg은 무료로 가져갈수 있지만 딴 귤중 1kg를 초과한것은 책임지고 사가야한다고...
우리는 5명이니 실컷 따먹고 5kg을 들고가면 되겠다.
귤을 따서 시식을 해보니 어떤나무는 아주 달고 어떤나무는 좀 시기도 하다.
맛난 나무의 귤을 집중공략하고 들고갈수 있을정도는 충분히 딴다..15kg 정도가 된다.
들고가는건 가격이 아주 싸네...ㅎㅎ
여기서도 아들녀석은 맛난 귤 찾기에는 관심없고 짝꿍이랑 노느라 정신이 없다.
아침을 거르고 귤로 배를 채웠지만 뭔가 허전하다.
아침겸 점심으로 유빈이에게 선택권을 주니 "오전 열한시"를 외친다.
맥문동이 예쁘게 핀 '오전열한시'에 도착한다.
행복하게 잘 살길~~
여기도 귤천지..
대기번호를 받아 기다려서 자리를 잡는다.
식사는 전복볶음밥, 새우간장덮밥과 동치미국수와 수육.
흠....손님들이 많은 이유가 있네...다 맛있다 ㅎㅎ
커피는 신화월드 리조트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마신다.
모아둔 쿠폰이 딱 다섯장이 있어서...
슬슬 제주공항쪽으로 이동하는데 애월해안도로를 따라 가보기로 한다.
가다가 소품샵도 들리고
잠시 쉬며 해안가 포장마차에서 어묵과 떡복이로 배를 채우니 저녁식사 생각이 없다.
제주에 근무중인 회사 동료에게서 전화가 온다.
얼굴도 안보고 그냥 갈거냐고....렌터카 반납장소와 가까워 방문을 하니 선물을 한아름 준비해두었다.
아이들 선물, 아내선물까지...
청주공항에 도착해 고래감자탕으로 가서 늦은 식사를 하고 오후11시쯤 헤어진다.
다시 5시간을 운전해 유빈이를 파주에 데려다 주고 귀가하니 새벽4시다.
2시간을 자고 출근하니 강철체력 인정? ㅎㅎ
무박산행으로 단련된 체력 덕을 본 여행이다.
즐거운 가족여행에 피곤함은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음번에는 또다른 멋진 여행의 기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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